술기운 아래서

술이라는 덫의 가장 큰 위험은 중독된 사람에게 자신이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을 준다는 것입니다. 모순처럼 들리겠지요. 특히 자신은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에서 술을 마신 사람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두려움과 억제력을 없애 버립니다. 그러면 자신을 더 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 결과 술을 마신 사람은 통제력을 잃고, 위험에 취약해지고,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운전할 때는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런 때 어느 정도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 두려움이야말로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알코올이 뇌의 회로를 망가뜨리면 이 두려움이 사라지고, 중독된 사람은 자신이 더 차분하고 상황을 더 잘 통제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집니다. 그렇게 인식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술을 두어 잔 마시면 운전을 더 잘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제가 어리석었던 걸까요? 아닙니다. 실제로 당시에는 차분하고, 긴장이 더 풀리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고, 술기운 아래 있던 당사자인 제가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어요? 다음 날 아침에 깨어나도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한 제 인식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숙취에 시달리면서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니 정말 터무니없이 어리석은 짓을 했다고 생각했지만, 술기운 아래서 느꼈던 감정만큼은 진짜였다고 여전히 믿었습니다.

좋은 친구라면 절대로 친구가 음주 운전을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이고, 좋은 친구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제대로 아는 친구여야겠지요. 술을 너무 많이 마시더라도 차를 몰고 집에 가지 못하게 해 달라며 친구에게 열쇠를 맡겨 봐야 소용없습니다. 그 친구도 술기운 아래 놓이고 나면 판단력이 사라지고, 더는 원래의 그 친구가 아니니까요. 진짜 친구는 이미 떠나 버렸고, 남아 있는 사람은 그저 집에 가고 싶을 뿐이며, 여러분이 차로 데려다주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좋은 마음가짐으로 차를 몰고 펍에 갔더라도, 알코올이 뇌세포에 닿는 순간 자신이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거짓된 느낌이 듭니다. 평소라면 음주 운전은 생각조차 하지 않겠지만, 집으로 차를 몰고 가는 사람은 더는 진짜 여러분이 아닙니다. ‘술의 영향을 받는다’는 말은 말 그대로입니다.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과 생각이 술에 의해 통제된다는 뜻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술을 마신 사람이 운전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 때문에 반응이 느려져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압니다. 이런 인식이 널리 퍼진 데는 MADD(Mothers Against Drunk Driving, 음주 운전에 반대하는 어머니들)라는 단체도 한몫했습니다. 이 단체가 1980년대 초에 벌인 캠페인으로 사람들의 음주 운전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제가 술을 마시는 다른 이유들도 모두 잘못된 믿음이 아닐까 하고 자문하게 되지는 않았습니다. 술이 사람을 재미있게 만들어 준다는 생각을 예로 들어 보죠. 술은 여러분을 재미있는 사람으로 바꿔 주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아는 따분하고 짜증스러운 사람들 가운데, 술을 마셔도 재미있는 사람으로 바뀌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많습니까? 재미있어지기는커녕 훨씬 더 따분하고 짜증스러워져서, 그저 그 사람이 사라져 줬으면 싶을 뿐입니다.

사실 술은 우리가 해 준다고 굳게 믿는 그 어떤 일도 해 주지 않습니다. 이런 생각도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