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과는 아무 상관 없다!

맛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와 정말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즐겨 마시는 술의 맛을 좋아한다고 믿는다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것이 아닙니다. 저도 드라이 화이트 와인이나 맥주 한 파인트, 혹은 Southern Comfort의 맛을 좋아한다고 믿었지만, 이제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압니다. 이 부분의 세뇌를 걷어 내기 위해 질문 하나를 하겠습니다. 처음 마신 술은 맛이 어땠나요? 솔직히 답해 보세요. 처음 술을 마시면서 속으로 ‘이게 무슨 쓰레기 같은 맛이야? 차라리 과일주스를 마시겠어!’라고 생각하지 않은 사람은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처음 술을 마셨을 때 몸으로도 마음으로도 역겨움을 느끼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 이유는 알코올이 독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끔찍한 맛은 술의 덫이 작동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어른들이 이런 구정물 같은 것을 마시는 이유는 정말로 그 맛을 즐기기 때문이라고 확신하게 되므로, 중독될까 봐 두려워하던 마음은 즉시 사라집니다. 자, 제가 정신이 나갔다고, 맛으로 치면 시원한 화이트 와인 한 잔이나 얼음처럼 차가운 맥주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전에 제 말을 끝까지 들어 보세요. 맛이 마음에 들지 않는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나요? 없다고요? 생각해 보세요. 당연히 있을 겁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두 번이 아니라 여러 번 그런 적이 있습니다. 펍들이 문을 닫아 마지막으로 한잔 더 하러 누군가의 집에 갔는데, 평소에 좋아하지 않는 술밖에 없다면 커피를 마시나요? 저는 새벽 세 시에 집을 나서 밤새 문을 여는 케밥 가게를 찾아다니며 하수도 물 같은 맛이 나는 와인 한 병에 £15를 낸 적이 있습니다. 성냥불만 갖다 대면 런던만 한 면적을 환히 밝힐 것 같은 독한 증류주를 마신 적도 있는데, 그 맛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휴가 중에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을 구할 수 없으면 술을 안 마시나요? 저는 저녁 식사 때 와인을 마시면서 맛이 너무 시다거나 너무 밍밍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마시는 걸까요?

사람들은 오직 맛 때문에 술을 마신다고 스스로를 속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요? 저는 바나나를 좋아하지만 사교 모임에 바나나가 없다고 해서 박탈감을 느끼거나 속상해하지는 않습니다. 바나나를 먹고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났는데 방금 트럭에 치인 듯한 기분이 든다면, 단지 맛 때문에 계속 먹지는 않을 것입니다. 누군가 맛없는 바나나를 준다면, 그저 바나나라는 이유만으로 계속 먹지도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어떤 술은 ‘맛을 들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맛을 들여야 한다는 게 실제로 무슨 뜻일까요? 처음에는 그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마음에 들었다면 굳이 맛을 들일 필요가 없었겠죠. 사실 알코올은 맛을 들이는 것조차 아닙니다. 그저 그 약물에 내성이 생기고, 최대한 덜 괴롭게 알코올을 몸속에 넣기 위해 그 고약한 맛을 견뎌 내게 되는 것입니다.

흡연자들은 담배 맛을 즐긴다고 믿지만 담배를 먹지는 않습니다. 이것만 봐도 어떤 말을 자신에게 충분히 오래 되풀이하면 결국 그 말을 믿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알코올이란 무엇일까요? 실상을 따져 보면 그저 상한 과일이나 채소입니다. 발효되었다는 것은 상했다는 뜻입니다. 썩어 가는 중이며, 썩은 것입니다. 그래서 맛이 끔찍한 것입니다. 순수 알코올, 즉 에탄올은 무색의 액체이자 강력한 독입니다. 모든 독은 맛이 끔찍합니다. 우리가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원래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다른 액체와 섞으면 알코올도 맛있지 않나요?’ 아닙니다. 알코올은 결코 맛있지 않습니다. 술에 다른 음료를 섞는 목적은 오로지 그 고약한 맛을 가려 보려는 것입니다. 우리가 처음 마시는 술은 대개 상하지 않은 과일로 맛을 낸 것들입니다. Martini에 레모네이드를 섞거나, Pernod에 블랙커런트 음료를 섞거나, 보드카에 토마토주스를 섞은 것을 비롯해 수많은 칵테일이 그렇습니다. 그러다 1995년에는 Vodka Reef와 Bacardi Breezer 같은, 이른바 ‘알코팝’이라는 술이 출시되었습니다.

알코팝은 일반적인 도수의 맥주보다 알코올 함량이 높으며, 역대 가장 빠르게 성장한 주류 분야 중 하나입니다. 출시 첫해에 판매량이 세 배로 늘었습니다. 이것이 정말 놀랄 일인가요? 물론 아닙니다. 술맛이 나지 않으니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오렌지나 레모네이드, 블랙커런트나 사과 맛이 나니까요. 아이들은 모두 과일을 좋아하고 술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주류 업계는 훨씬 더 많은 사람을 술에 중독시키려고 이런 계획을 생각해 냈습니다. ‘더 일찍 끌어들이면 더 빨리 중독시키고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지. 만세!’ 그래, 이렇게 하자. 알코올이라는 독의 고약한 맛을 젊은이들이 본능적으로 좋아하는 과일 향으로 가리고, Two Dogs처럼 멋진 이름을 붙이는 거야. Two Dogs의 슬로건인 ‘개의…’는 물론 ‘개의 불알’이라는 표현으로, ‘최고’라는 뜻의 도시 속어입니다. 반항적인 십 대라면 누가 거부할 수 있겠어요?

Alcohol Concern의 한 보고서는 이렇게 밝힙니다. ‘청소년들이 전통적인 술의 맛을 불쾌하게 느낀다는 점은 젊은이들의 음주를 억제해 온 요인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알코올이 든 레모네이드, 콜라, 가향 우유 등이 나오면서 이 억제 요인이 사라졌습니다.’

열한 살 때 일요일 저녁 식탁에 앉아 식사와 함께 작은 잔으로 와인을 조금 마셔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얼마나 어른이 된 것 같았는지 모릅니다. 어린 남자아이에게는 기분이 으쓱해지는 일이었죠. 저는 아주 천천히 홀짝였고,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말 그대로 몸서리를 쳤습니다. 그 맛이 정말 싫었는데도, 나중에는 하룻밤에 세 병을 마실 때도 있었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맛이 달라졌을까요? 아닙니다. 달라진 점은 제가 중독되었고, 술 없이는 즐길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맛을 즐긴다고 말하며 마시는 양을 정당화했습니다. 그 말을 너무나 오래 하다 보니 정말로 믿게 되었습니다.

술은 맛에 관해서조차 엄청난 세뇌가 얽혀 있습니다. 한편에는 처음 마신 술맛이 역겨웠다는 것을 아는 이성적인 두뇌가 있고, 다른 한편에는 어떤 와인의 맛은 수백 파운드, 때로는 수천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와인 감정가들이 있습니다. 와인 한 병이 수천 파운드의 가치가 있다고 진심으로 믿으시나요? 이쯤 되면 제가 고급 와인과 하수도 물도 구분하지 못하는 교양 없는 얼간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고급 헤로인’이라는 것이 없듯 ‘고급 와인’이라는 것도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광고할 뿐입니다. 왜 맥주를 마시는 사람과 ‘최상급’ 와인에 수천 파운드를 쓰는 사람을 다르게 볼까요? 이유는 딱 하나뿐입니다. 세뇌와 조건화 때문입니다. 공원 벤치에 앉아 캔으로 술을 마시고 손으로 말아 피우는 담배로 니코틴을 섭취하는 사람은, 백 파운드짜리 시가를 피우며 ‘최고급’ 샴페인을 마시는 사람과 아주 다르게 보입니다. 하지만 왜 그럴까요? 두 사람 모두 똑같은 약물을 섭취하고 있지 않나요? 캐비아와 타라마살라타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둘 다 생선 알입니다. 그런 믿음을 만드는 것은 조건화입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여러분이 제게 전적으로 동의하리라 기대하지 않으며, 어떤 독자들은 이쯤에서 책을 덮고 싶어질 수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제가 Blue Nun 와인과 Cristal 샴페인 사이에 아무 차이도 없다고 말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물론 차이는 있습니다. 다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술의 맛을 인식하는 데 적어도 조건화가 한몫했다는 사실, 그리고 술에는 엄청난 세뇌와 속물근성이 얽혀 있다는 사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 주세요.

제 생각에는 일부 ‘와인 전문가’들이 와인을 묘사할 때 입에서 쏟아 내는 허튼소리가 그 점을 가장 잘 보여 줍니다. 와인을 두고 경쾌하다거나, 당돌하다거나, ‘향이 좋다’거나, 조숙하다거나, 침울하다거나, 심지어 신비롭다고까지 합니다. 유일하게 신비로운 점은 애초에 우리가 왜 그런 호들갑에 넘어가느냐는 것입니다. 다음번에 이런 ‘전문가’가 커다란 잔 깊숙이 코를 들이밀고 있는 모습을 보거든, 저런 사람에게 투표권을 줘야 할 것 같은지 자문해 보세요. 특히 맛을 본 다음 양동이에 뱉는 모습을 보거든요! 우리는 수년 동안 보아 온 것에는 의문을 품지 않지만, 진지하게 말해서 이건 정신 나간 짓입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와인 한 병을 돌려보낸 적이 있나요? 그런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그 와인의 맛이 어떤지 확신이 서지 않고, 조금 시다거나 심지어 약간 ‘코르크 냄새로 변질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합니다. 저도 여러 번 그랬습니다. 어쨌든 교양이 없거나 세련되지 못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도대체 이 모든 허튼짓은 무엇일까요? 그것이 사람들을 계속 중독 상태에 붙들어 두는 허세 가득한 헛소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말을 충분히 오래 하다 보면 결국 믿게 될 수 있습니다. 전부 쓰레기 같은 맛이 납니다. 말 그대로 쓰레기이기 때문입니다.

알코올이 들어 있는 음료라면 무엇이든 끈질기게 마시다 보면 결국 그 고약한 맛에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자신이 정말 그것을 즐긴다는 환상이 생깁니다. 계속 마신다고 맛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처음 약물을 한 모금 들이켰을 때와 똑같은 맛 그대로입니다. 그저 뇌와 몸에 면역과 내성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도 맛이 술을 마시는 이유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왜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지 않나요? 시중에는 ‘일반’ 술과 맛이 정확히 똑같은 제품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아무래도 같지 않겠죠? 저도 무알코올 맥주와 와인을 여러 번 마셔 보았지만, 마시고 싶은 마음은커녕 도무지 익숙해질 수도 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안에 알코올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헤로인 중독자도 생리식염수를 주사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 역시 같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유가 무엇일까요? 헤로인이 없기 때문입니다.

맛과 조금이라도 관계가 있다면, 누구도 두 번째 술잔을 들지 않을 것입니다.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술을 마시는 사람 대부분은 술을 마시는 자신의 모습이 어리석다고 본능적으로 느낍니다. 생각해 보면, 점점 더 자신의 정신과 신체를 통제하지 못하게 만드는 음료를 손에 들고 서 있는 것은 좀 이상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똑같은 일을 하고 있으므로, 대부분의 시간에는 이 생각을 머릿속에서 밀어낼 수 있습니다. 이성적인 판단에 어긋나는 일을 여럿이 함께 하고 있으면, 자기 행동을 정당화할 이유를 따로 만들어 낼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로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것은 혼자일 때뿐입니다. 혼자 약물을 복용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주변에 다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 술을 마신다는 뜻입니다. 이때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주에 진지하게 의문을 품는 몇 안 되는 순간 중 하나입니다. 이때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어리석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기 시작합니다.

오랫동안 흡연도 같은 식으로 여겨졌습니다. 한때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이 오히려 특이할 정도였습니다. 흡연은 결코 약물 중독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많은 사람은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알게 된 것이죠. 이들은 약물을 보충하려고 매서운 추위 속에 건물 밖으로 나가 서 있어야 했을 때 비로소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흡연자들도 특정 상표의 담배 맛을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평소 고르던 담배를 구할 수 없으면 그저 니코틴을 몸속에 넣기 위해 어떤 상표든 피웁니다. 저도 수년 동안 술맛을 좋아한다고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하지만 평소 즐겨 마시던 술이 없으면, 역겨운 맛이 나더라도 알코올이 든 것은 무엇이든 마셨습니다.

독은 그 자체로 결코 맛이 좋을 수 없습니다. 애초에 맛이 좋도록 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은 액체이므로 이론상으로는 갈증을 해소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갈증 해소가 진정한 즐거움이라는 데는 여러분도 분명 동의하시겠지만, 이것 역시 술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 중 하나입니다. 알코올이 왜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없는지 증명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