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이것이 이 덫에서 가장 교묘한 부분입니다. 바로 이것이 모두를 정말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덫이라면 왜 우리는 모두 같은 속도로 가라앉지 않는 것일까요? 왜 어떤 사람들은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인데, 다른 사람들은 그러지 못할까요? 사람들이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일 수 있다는 이 집단적 착각은, 술에 관한 한 틀림없이 가장 큰 환상입니다. 이 약물을 두고 정상인 대 알코올 중독자라는 구분이 생기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사실은 우리도 우리 안의 생쥐처럼 계속 버튼을 누르며 약물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경향입니다. 하지만 생쥐와 달리 우리에게는 더 높은 수준의 의식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음주량을 늘리지 않고 사회에서 말하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지 않는 데는 한 가지 주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제약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사람들이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시지 않는 유일한 이유는 자기 자신이나 사회에 의해 마시지 못하도록 강제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이른바 알코올 중독자가 되는 시점을 늦추는 것은 오직 제약뿐입니다. 생각해 보면 제약은 아주 많습니다. 돈, 건강,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운전해야 한다는 점, 일해야 한다는 점, 남들에게 평가받을까 하는 두려움, 알코올 중독자가 될까 하는 두려움, 자녀, 사회적 낙인, 몸이 그 독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 또는 사실 술에 취하는 것이 싫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돈은 사람들의 음주량을 제한하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술은 아주 비싼 약물이니까요. 어떤 사람들은 그저 음주량을 늘릴 돈이 부족해서 주머니 사정에 맞추려 합니다. 어차피 지금대로만 해도 그 약물에 £100,000를 쓰게 될 것입니다. 덫의 입구에 있는 사람들도 사이더 같은 싼 술을 마시고, 끝자락에 있는 사람들도 사이더 같은 싼 술을 마시니, 결국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온다는 것이 우습기도 합니다. 저는 Tennants Super와 Carlsberg Special Brew를 마시는 단계까지 갔습니다. 정말로 그것들이 더 우수한 브랜드라고 생각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려 했던 것일까요? 사람들이 맥주에서 증류주로 옮겨 가는 이유도 이것입니다. 더 적은 돈으로 더 많은 알코올을 섭취하려는 것입니다. 모든 약물이 그렇듯 몸에 면역이 생기기 때문에 같은 효과를 얻으려면 점점 더 많이 필요해지니까요. 늘어난 양을 섭취하려면 증류주를 마시는 편이 더 쉽고 전체적으로 돈도 덜 듭니다. 사실 많은 사람은 음주량을 늘릴 형편이 안 되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든 유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덫에 더 깊이 빠질수록 이런 제약마저 사라지고, 술을 얻기 위해 음식도 가족도 친구도 없이 지내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건강도 또 하나의 큰 제약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자신에게 즐거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 약물은 서구 사회에서 사람을 두 번째로 많이 죽이는 약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현실이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체중과 보기 싫은 술배 때문에 음주를 조절해야 했습니다. 술은 정말이지 모든 면에서 우리를 ‘짓누릅니다’.

지금 돌이켜 외부인의 시각으로 제 음주를 바라보면, 저는 날마다 어느 정도 의지력과 자기 절제를 발휘해야 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대부분은 어쩔 수 없이 절제해야 했지만, 그 사기가 너무나 교묘해서 저는 술을 마실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마시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을 점점 더 많이 마시지 못하게 하는 제약이 정말 많았습니다. 직장도 없이 런던 남부의 무단 점거 건물에서 살 때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는 만큼 마셨습니다. 직장이 있을 때는 일에 지장이 없는 만큼 마셨습니다. 연애할 때는 그 관계가 허락하는 만큼 마셨고, 계속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가끔은 마시고 싶어도 도저히 마실 수 없을 때가 있지 않습니까? 출근하지 않아도 되거나, 휴가 중이거나, 운전할 일이 없을 때는 스스로를 제한해야 할 때보다 훨씬 더 많이 마시지 않습니까? 솔직해진다면 그렇다는 것을 알 것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미 삶의 밑바닥까지 굴러떨어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어쨌든 비용 때문에 여전히 스스로 절제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술이 정말 우리가 믿는 그 모든 일을 해 준다면,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더 많은 용기와 자신감과 행복을 얻으려 하지 않겠습니까? 왜 행복을 미룹니까? 눈을 뜨자마자 누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사실 우리는 본능적으로 그 모든 것이 거짓임을 알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술을 마신다면 삶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을 것이고, 즐겁다는 환상조차 느끼지 못할 것입니다. 술을 마실 때도 비참하고, 마시지 않을 때도 비참할 것입니다.

많은 흡연자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우고도 일상생활을 합니다. 그들이 아침에 담배를 피우는 것을 비정상으로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알코올은 정신 상태를 바꾸므로 스스로 절제해야 합니다. 많은 중독자는 다음 날 아침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날 저녁에는 아예 외출하지도 않습니다. 어떤 중독자는 일, 자녀, 운전, 건강 걱정, 돈, 사업 등 갖가지 제약 때문에 일주일 내내 술 한 잔 마시지 않기도 합니다. 마시지 않을 수밖에 없고, 많은 사람은 그저 이를 받아들이고 자기 삶을 계속 살아갑니다. 그렇게 하는 데 아무런 불만도 없습니다. 이것은 신체적 금단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합니다. 하지만 주말이 와서 제약이 사라지는 순간, 그들은 내일이 없다는 듯 그 약물을 섭취합니다. 일주일 내내 마음껏 마실 시간을 기다렸으면서도, 바로 그 약물 때문에 그토록 기다리던 주말 자체를 잃어버립니다. 저도 바로 그렇게 살았기에 잘 압니다.

‘가끔씩만’ 마신다고 말하면서도 휴가나 주말이 되면 미친 듯이 마시는 사람을 여러분은 얼마나 많이 알고 있습니까? 휴가는 술을 마시는 사람들의 진면목이 드러나는 때입니다. 평소에는 제약 때문에 낮에 술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으며, 낮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곧잘 비난하기까지 하는 많은 사람이 휴가 때는 아침 10시에 해변에서 맥주 한 파인트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일찍 일어나 있다면 말입니다. 전날 밤에 곤드레만드레 취했기 때문에 1시가 되어서야 해변에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물론 오후 1시에 술을 마시는 것은 괜찮고,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깨닫지 못하는 것은 일어난 지 겨우 한 시간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애초에 시간이 도대체 무슨 상관입니까? 마시면 마시는 것입니다. 헤로인 중독자가 ‘괜찮아요. 첫 “투약”은 오후 1시가 되어야 해요. 눈뜨자마자 필요하지는 않거든요’라고 한다면 여러분은 그 사람을 다르게 보겠습니까? 물론 그러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약물 중독자는 제약 때문에 어느 정도 통제하려 애써야 합니다. 진짜 노예 상태란 이처럼 끊임없이 통제해야 하는 상태이며, 완전히 해방되었을 때 얻는 가장 큰 이득은 말 그대로 자유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통제당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어떤 물질에든 의존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술을 마셔도 되는지 확인하려고 시계를 봐야 한다면 여러분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제약 때문에 음주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술 마시는 시간을 계산하고 있다면 여러분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모든 약물 중독자는 거짓말을 합니다. ‘저는 하루에 딱 한 잔만 마셔요’ 같은 말을 하는 음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이 말해 주지 않는 것은 그 한 잔이 스카치위스키 한 파인트라는 사실입니다.

사람들이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이 되지 않는 이유는 단 두 가지뿐입니다.

  1. 한자리에서 그만큼 많은 독을 감당할 정도로 몸이 튼튼하지 않습니다.
  2. 삶에 더 많은 제약이 있어서 음주량이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것을 막아 줍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대부분은 순식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살면서 정말 끔찍한 순간을 단 한 번 겪는 것만으로도, 느닷없이 더는 음주량을 통제할 힘도 마음도 없어지고 둑이 터져 버립니다.

그래요,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