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충분히 오랫동안, 충분히 강하게 거짓말을 하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조차 결국 그것을 믿게 됩니다. 술이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는 확신에 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술이 스트레스의 일부를 의식하지 못하게 막아 줄 수는 있지만, 정말로 스트레스를 풀어 줄까요? 절대로 아닙니다! 약효가 사라지면 여전히 그 스트레스에 대처해야 합니다. 의식에서 지워 버린다고 그냥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지적인 인간인 우리는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위험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위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비웃곤 합니다. 술이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고 생각하는 우리는 정확히 그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시고 잠에서 깰 때마다 여러분은 애초에 그 약물을 섭취하지 않았을 때보다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나쁜 상태에 놓입니다. 바로 그 사실이 스트레스를 더 키웁니다. 전날 겪었던 실제 스트레스가 훨씬 더 심각하게 느껴지고, 이제 여러분은 자신의 삶이 몹시 스트레스가 많다고 확신합니다. 그것이 술 때문이라고는 좀처럼 생각하지 않지만, 알코올 같은 유독한 약물의 신체적·정신적 영향에서 벗어나려고 늘 애쓰고 있다면 언제나 스트레스 하나를 더 짊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술의 신체적 영향에서 벗어나는 데만도 최소 3일이 걸립니다. 알코올 중독에 빠진 사람들은 토요일 밤에 ‘잔뜩’ 마시고 일요일에 두어 잔을 더 마셔도 월요일 아침이면 괜찮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자신들이 익숙해진 수준일 뿐입니다. 그들에게는 그것이 정상인 것입니다.

술이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는 스트레스는 단 하나뿐입니다. 바로 앞서 마신 술이 일으킨 스트레스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것조차 풀어 주지 못합니다. 유사의 밑바닥 가까이 가라앉은 일부 음주자는 ‘적어도 술이 필요하다는 스트레스는 끝내 주잖아’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그런가요? 아니면 그 스트레스 역시 술이 만든 것인가요? 딱 한잔만 마시려다가 두 잔, 세 잔, 네 잔, 아니 술이 더는 남지 않거나 제가 쓰러질 때까지, 둘 중 먼저 일어나는 일이 저를 멈출 때까지 얼마든지 마셨던 수많은 순간이 떠오릅니다. 그런 상태에서 저는 행복했을까요? 차분했을까요? 스트레스가 없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것을 즐길 수 있는 제정신이 아니었으니까요. 감각은 무뎌져 있었고, 머리는 멍했으며, ‘정신이 나간’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취약하고 무방비인 채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셈인데도, 사람들은 그 약물이 자신을 더 용감하고 자신감 있고 차분하고 편안하고 행복하고 스트레스 없는 상태로 만들어 준다고 믿기에 섭취합니다. 술은 결코 스트레스를 풀어 주지 않습니다. 정확히 그 반대 일을 합니다.

술을 마시는 도중에 스트레스를 느낀 적이 있나요? ‘술기운이 오른’ 상태에서 예민해지거나 말다툼을 벌인 적은 없나요? 취해서 공격적으로 굴거나, 불쾌하게 행동하거나, 목소리를 높인 적은요? 술을 마시고 일을 터무니없이 부풀리거나, 그저 무례하게 굴거나, 악의를 보이거나, 남에게 상처를 준 적은 없나요? 사실 이런 질문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이 그랬다는 것을 저도 알고, 여러분 스스로도 아니까요. 술을 마셔 본 사람은 누구나 취했을 때 이런 감정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경험해 보았습니다. 술을 마시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면, 우리는 왜 술이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고 믿을까요? 헤로인 중독자와 똑같이, 처음 약물을 투여하면 기분이 나아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술이 상황을 개선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생겨난 술을 ‘마시고 싶다’는 느낌을 끝내는 동시에, 약물 자체가 초래한 신체적 저하 상태를 부분적으로 억누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음주를 정당화하려고 내세우는 수많은 핑계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영국에서 발생하는 살인 사건의 65퍼센트와 흉기로 찌르는 사건의 75퍼센트에서는 가해자나 피해자 중 한쪽, 또는 양쪽 모두가 술을 마신 상태였습니다. 이 사람들이 스트레스가 없었다고 생각하나요? ‘몸속에 알코올이 있어서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풀었으니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으면 대체 몇 명이나 죽였을지 몰라’라고 생각하나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범죄가 일어난 데에는 억제제인 알코올이 큰 원인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술을 마시던 시절의 저는 지금보다 늘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았습니다. 약물의 영향을 받고 있거나, 언제 다시 섭취할 수 있을지 생각하거나, 약물 섭취량을 통제하려 애쓰거나, 약물의 영향에서 벗어나는 중이었습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트레스가 아예 없습니다. 저에게도 이제는 없습니다. 예전에는 펍에서 ‘마감 시간입니다’를 알리는 종소리만 들려도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이미 다섯 파인트를 마셨고 눈앞에 한 잔이 더 놓여 있어도 여전히 더 마시고 싶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스트레스를 받았나요? 불행했나요?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있었나요? 편안하지 않았나요? 용기가 필요했나요? 자신감이 필요했나요?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른 약물 중독자와 마찬가지로 제 약물이 더 필요했을 뿐입니다. 화학 반응 때문에 그저 더 많이, 더 많이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더 구하려고 땅끝까지라도 걸어갈 기세였습니다. ‘포장해 갈 술’이라면 돈을 얼마든지 냈습니다. 약물이 필요하도록 화학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프로그램된 상태에서는 돈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술에 ‘취해’ 있을 때는 얼마가 들든 신경 쓰지 않습니다. 바로 이럴 때 이것이 약물 중독임을 분명히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순간에는 알코올만 들어 있다면 하수도 물이라도 마실 테니까요.

자동차 엔진이 터지면 술을 천 잔 마셔도 여전히 정비사가 필요합니다. 연인이 여러분을 떠났다면, 세상의 술을 다 마셔도 그 사람을 돌아오게 하거나 다른 사람을 찾도록 도와주지 못합니다. 실제로 술은 정반대의 일을 하며, 애초에 그 사람을 떠나게 한 원인도 아마 술이었을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찾고 있다면 이런 말이 익숙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못생긴 사람과 잠자리에 든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아침에 눈을 떠 보니 옆에 못생긴 사람이 있었던 적은 몇 번 있지.’ 술은 정말로 여러분의 지각을 바꿉니다.

술은 경제적 스트레스, 신체적 스트레스, 정신적 스트레스, 감정적 스트레스를 일으킵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전날 밤 무슨 말과 행동을 했는지, 집에는 어떻게 왔는지 걱정하는 것이 대체 어떻게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는 걸까요? ‘정말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맙소사, 그렇게 많이 마시지 말았어야 했는데. 오늘 아주 중요한 일이 있는데’, ‘오늘 아침에는 운전하지 않는 게 좋겠어. 아직도 법적 허용치를 넘는 것 같아’, ‘어젯밤에 얼마를 쓴 거야? 돈이 다 어디로 갔지?’라고 생각하며 사람들을 무슨 낯으로 대할지 고민하는 데 무슨 해소가 있나요? 거기에 훨씬 더 당혹스러운 질문들도 있습니다. ‘내가 어떻게 여기 왔지?’, ‘당신은 누구세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스트레스가 아예 없습니다. 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오직 술을 마시는 사람뿐입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고 아직 중독 상태였을 때는 ‘아, 술 한잔해야겠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친구에게 전화해서 집에서 함께 한 병을 마시자고 하거나 펍에 가자고 했습니다. 저녁 시간이 흘러갈수록 기분이 나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술이 상황을 균형 있게 바라보도록 도와줘서였을까요, 아니면 친구에게 스트레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였을까요? 술은 여러분의 관점을 바꿉니다. 중독된 사람은 이번에도 진실을 보지 못합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준 것은 친구가 아니라 술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스트레스는 마시는 양을 끊임없이 통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저에게는 그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통제하려고 애쓰지 않고 다음 술을 마실 수 있는 때가 언제일지 고민하지도 않고, 일이나 다른 이유 때문에 두어 잔으로 그쳐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받지 않습니다. 사람들을 태우고 운전해야 해서 술을 못 마시는 것을 억울해하는 스트레스도 없고, 알코올 의존이 만들어 내는 신체적·경제적·정신적·감정적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들이 가장 좋은 예를 보여 줍니다. 여러분의 딸이 숙제가 너무 많거나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해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술이 그 아이의 스트레스에 도움이 될까요? 그렇다면 왜 여러분의 스트레스에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요? 제가 그렇게 생각했던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때로는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밖에서 바라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술이 스트레스를 풀어 주기는커녕 오히려 일으킨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술은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불편과 자극을 일으키고, 이것이 다시 다양한 정도의 스트레스를 만들어 냅니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형태의 불편과 자극도 주의를 모으거나 제대로 집중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일부 음주자는 술 한잔이 다음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착각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