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니까
술은 어떤 상황에서 우리의 긴장을 풀어 줄까요? 예전에 제가 도움이 된다고 느꼈던 술은, 어차피 원래부터 편안해야 할 상황에서 마신 술이었습니다. 이 점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알코올은 결코 달라지지 않습니다. 주변 여건이 바뀌고 상황이 달라질 뿐, 알코올은 절대로 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술 한 잔을 준비하고 발을 뻗은 채 ‘아, 긴장이 풀리는군’ 하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퇴근해서 집에 와 발을 뻗고 쉬는 일은 원래부터 편안한 일입니다. 하루 동안 받은 압박에서 벗어나 긴장을 푸는 방법이지요. 대개 저는 딱 한 모금만 마시고도 그 술이 긴장을 풀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알코올이 효과를 낼 시간조차 없었다는 생각은 떠오르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뇌는 여러분이 시키는 대로 합니다. 술 없이는 긴장을 풀 수 없다고 뇌에 말하면, 뇌는 ‘좋아, 그럼 술을 마실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을게’라고 합니다. 제가 단 한 모금만 마시고도 긴장을 풀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하지만 긴장을 풀어 준 것은 술이 아니라, 그저 편안한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그토록 긴장했던 유일한 이유는 부분적으로 제 알코올 중독에 있었습니다. 알코올은 분명 금단을 일으킵니다. 하지만 금단이 아주 뚜렷하게 나타나는 헤로인과 달리, 알코올 금단은 매우 미묘합니다. 물론 진전 섬망 단계에 이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하지 않겠지요. 진전 섬망이라는 끔찍한 신체적 금단 증상은 뭐냐고요? 손발이 떨리는 것을 말하나요? 손이 너무 떨려서 컵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것을 말하나요?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말하나요?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그렇게 몸을 떨고 손발을 떠는 사람들이 편안해 보이나요? 우스꽝스러운 질문 같겠지만, 요점을 분명히 보여 드리려고 묻는 것뿐입니다. 몸과 손발이 떨리고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은 분명 긴장이 풀린 상태가 아닙니다. 무엇이 이런 느낌을 만들었을까요? 물론 알코올입니다. 그러고 나서 중독된 사람이 술을 더 마시면 떨림이 멎습니다. 이제 그 사람은 술이 자신의 긴장을 풀어 주었다고 믿습니다. 1분 전보다는 긴장이 풀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다면 느꼈을 편안함에는 턱없이 못 미칩니다. 술을 마시는 동안에도, 애초에 알코올이 만들어 낸 긴장감을 일부만 억누르고 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 약물을 더 많이 섭취할수록 금단은 더 심해지고, 금단이 심해질수록 그것을 멈추려고 더 많이 섭취합니다. 병의 원인인 바로 그것으로 병의 증상을 다스리면서 악순환을 만들어 낸 것입니다. 원인을 없애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증상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병이 늘 남아 있을 테니까요.
거의 모든 음주자가 적어도 한 번은 ‘몸이 떨리는 증상’(술을 과하게 마신 다음 날 아침의 그 느낌)을 겪었지만, 대부분은 몸이 거의 끊임없이 회복을 시도하는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혈류로 쏟아져 들어온 독이 몸과 마음에 가한 맹공에서 회복하는 동안 몸은 긴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느낌에서 완전히 회복하려면 3일에서 10일이 걸립니다. 보통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보충하지 않고 4일 넘게 지내는 일이 드뭅니다. 이 착각의 일부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보려면, 알코올이 몸에 들어왔을 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해야 합니다.
알코올은 소화되지 않은 채 위벽을 곧바로 통과해 혈류에 포도당을 순식간에 쏟아 넣습니다. 그러면 강력한 호르몬인 인슐린이 과도하게 분비됩니다. 술을 마실 때 느끼는 짜릿한 기운은 그저 인슐린이 피 속을 돌면서 방금 몸에 넣은 알코올을 전부 태우려고 하는 데서 오는 것입니다. 이를 처리하려고 분비된 인슐린은 실제로 혈당을 떨어뜨립니다. 저혈당의 영향을 느끼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물론 당장 뭔가를 보충해야겠지요. 인슐린 반응이 혈류에서 이 과잉 당분을 말끔히 없애는 순간, 여러분은 연료가 바닥난 채 움직이는 셈입니다. 속이 텅 빈 듯하면 긴장하게 되지만, 술을 더 마시면 혈류를 포도당으로 채워 그 공허한 느낌을 잠깐 억누르기 때문에 곧바로 긴장이 더 풀리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제로 일어난 일은 약물 자체가 일으킨 저하 상태를 일부 해소한 것뿐입니다. 보통 술을 마시는 사람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이 저하 상태를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이제 저는 토요일에 폭음하고 난 뒤 일요일 아침이면 기분이 그토록 바닥으로 가라앉았던 이유를 압니다. 저는 늘 기름에 지져 낸 푸짐한 식사가 간절히 당겼는데, 이제는 그 이유를 압니다. 저혈당증, 즉 혈당이 낮아진 상태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많은 음주자가 단 음식을 많이 먹고 신경을 곤두세운 힘으로 버티는 이유도 이것으로 설명됩니다.
그러니까 알코올은 저혈당을 일으키고, 몸에서 수분을 빼앗고, 간과 췌장과 신장을 혹사시키고, 뇌에서 산소를 빼앗습니다. 제게는 그다지 긴장이 풀리는 일로 들리지 않습니다. 사실 술은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쉬거나, 일을 마치거나, 뜨거운 물에 오래 목욕하거나, 집안일을 끝내거나, 저녁 식사 모임에 가거나, 해변에 누워 있을 때처럼 편안한 시간에 술 한 잔을 준비하곤 합니다. 공은 술이 차지하지만, 알코올은 진정으로 긴장이 풀리는 느낌을 만들어 낼 능력이 없습니다. 편안하지 않은 상황에서 술을 마시면, 그 약물이 여러분이 갈망하는 느낌을 만들어 줄까요?
이 약물은 결코 변하지 않습니다. 변하는 것은 우리가 마시는 양을 정당화하려고 대는 핑계뿐입니다!
우리는 긴장을 풀려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나요? 부모님은 우리가 차분하고 편안한 마음이 되도록 시험을 보기 전에 술을 마시라고 권하셨나요? 이론대로라면 그렇게 하셨어야 합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모두 아이들에게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술을 마시라고 권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 긴장되는 일을 치르는 동안 차분하고, 편안하고, 자신감 있고, 용감하고, 행복할 수 있을 테니까요. 사람들이 정말로 술이 긴장을 풀어 준다고 믿는다면, 상사들은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술을 너무 많이 마시면 왜 그토록 화를 낼까요? 차분하고 긴장이 풀린 직원들이 있는 건 분명 좋은 일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의 말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자신이 술에 대해 늘어놓는 과장된 말만 믿더라도 늘 술을 마시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것입니다. 걱정거리를 안고 잠에서 깼다면, 긴장을 풀려고 한잔하지 않을 이유가 있나요? 술이 정말 그런 일을 해 준다고 믿는다면 그것이 논리적인 행동으로 보이겠지요.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을 보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에게 술을 줘서 긴장을 풀어 주는 것입니다. 인구의 8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이 차분하고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게 도와주는 약물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는 나라를 상상할 수 있나요? 와, 그런 사회에는 범죄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겠군요. 세상에서 가장 차분하고 느긋한 나라일 것입니다. 그런 곳은 꿈에서나 그려 볼 수 있겠지요.
미국 대통령에게는 정기적으로 술을 마시라고 권해야 합니다. 세계의 지도자라면 가능한 한 언제 어디서나 자신감 있고, 용감하고, 편안하고, 강하며, 주도권을 쥐고 있어야 하니까요. 늘 행복과 용기의 표본처럼 보였던 보리스 옐친을 기억하시나요? 언제나 아주 차분하고 편안해 보였지요? 편안했다고요?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서 있기도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것은 긴장이 풀린 것이 아니라 술에 취한 것이며, 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나라를 운영하기는커녕 욕조에 물 하나 제대로 받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술을 마실 때는 결코 진정으로 긴장이 풀리지 않습니다. 헤로인에 중독된 사람이 바닥에 누워 있으면 편안해 보이나요, 아니면 완전히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나요? 알코올에 중독된 사람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으면 진정으로 편안해 보이나요, 아니면 ‘정신이 나간’ 것처럼 보이나요? ‘정신이 나갔다’는 것은 말 그대로입니다. 진정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주변 상황에 제대로 반응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입니다. 사람들은 또 알코올이 마취제라는 주장을 펴기도 합니다. 맞는 말이지만, 마취된다는 것이 진정으로 긴장이 풀린다는 뜻은 아닙니다. 헤로인도 마취제이며, 실제로는 알코올보다 더 강력한 마취제입니다. 하지만 긴장을 풀려고 헤로인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헤로인이 정말 긴장을 풀어 주기나 할까요? 헤로인에 중독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편안하다고 믿나요? 방금 헤로인을 한 사람과 함께 기분 좋고 편안하게 월풀 욕조에 들어가 있다면, 누가 편안할 것이고 누가 지쳐서 좀비처럼 되어 있을까요?
알코올처럼 강력한 독이 혈류에 들어오면 몸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저장하거나 없애거나 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은 인체에 너무나 유독해서 오래 저장할 수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죽고 말 테니까요. 그래서 몸은 처음 일주일에서 10일 안에 알코올을 전부 내보냅니다. 살아남으려면 그것을 없애는 수밖에 없습니다. 간은 알코올을 시간당 1단위의 속도로 제거합니다. 커피든 그 밖의 무엇이든 마신다고 이 과정이 빨라지지는 않습니다.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잘못된 믿음입니다. 이 과정에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들어서 근육과 뼈, 사실상 온몸이 피곤하고 무겁게 느껴집니다. 또는 우리가 그렇게 말하도록 조건화되어 온 대로 표현하자면, 긴장이 풀린다고 느끼는 것이지요. 실제로는 몸이 독에 두들겨 맞고 있으니 진정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와는 거리가 멉니다. 술을 마시고 의식을 잃는다는 것은 몸이 여러분을 살아 있게 하면서 동시에 깨어 있게 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혈류 속의 독을 처리하는 데 모든 자원을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각과 청각, 의식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사실상 혼수상태에 빠진 것입니다. 혼수상태는 긴장이 풀린 상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중독된 사람은 여전히 이 사실을 보지 못합니다. 저도 분명 그랬습니다. 긴장이 풀리기를 바라려면 우선 긴장하고 있어야 합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왜 그렇게 긴장해 있을까요? 저는 어떤 이유로 술을 마실 수 없거나 마시는 양을 조절해야 하면, 사람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도 제대로 긴장을 풀지 못했습니다. 약물의 노예로 사는 것보다 더 스트레스가 심한 일은 없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노예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합니다. 제가 긴장하고 인생을 힘겹게 느꼈던 것은 당연했습니다. 약물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에 늘 제 상태에 못 미쳤습니다. 때로는 술을 마셨을 때 사람들에게 버럭 화를 냈고, 술을 마실 수 없을 때도 그랬습니다. 술을 마시고 있으면 ‘술의 영향 아래’ 있었고, 마실 수 없을 때도 ‘술의 영향 아래’ 있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빼앗겼다고 느꼈고, 그 때문에 긴장했습니다. 장난감을 가질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떼를 쓰는 아이와 같았습니다. 술을 빼앗겼다고 느끼는 음주자도 정확히 똑같습니다.
‘긴장 좀 가라앉히게 술 한 잔 줘요.’ 늘 듣는 말이지만, 알코올은 무슨 일을 할까요? 중추신경계를 파괴합니다. 알코올이 가라앉힐 수 있는 신경은 이미 알코올 금단에 시달리는 사람의 신경뿐입니다. 그때조차도 신경이 불안정해진 원인이 애초에 알코올이었으므로, 잠시 누그러뜨릴 뿐입니다. 펍에서 누군가가 깨진 잔을 다른 사람의 얼굴에 내리꽂는 모습을 보면서, 단 1초라도 ‘저 사람 신경을 가라앉히려면 뭐가 필요한지 알겠어. 술을 한 잔 더 줘야겠군’ 하고 생각하겠습니까? 술을 마신 뒤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는 사람에게 진정하라며 술을 한 잔 더 줄 생각은 절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알코올이 진정으로 긴장을 풀어 준다고 믿는다면 왜 그러지 않나요? 술을 충분히 주면 결국 의식을 잃겠지만, 다시 말해 그것은 진정으로 긴장이 풀린 상태가 아닙니다.
술은 우주에까지 진출했습니다. 러시아의 Mir 우주 정거장은 보드카로도 일부 연료를 충당하는 모양입니다. 정거장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탄 러시아 우주 비행사들 말입니다. 러시아 우주선에서 임무를 수행하러 온 미국 우주 비행사들은 까다로운 우주 유영을 마친 뒤 긴장을 가라앉히라며 독한 보드카 한 잔을 권하는 데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고 합니다. 어떤 러시아인 한 명은 Mir에 머무는 내내 완전히 정신이 나간 채, 한마디로 정신이 우주로 날아간 채 지냈다고 합니다! 그 까다로운 작업을 편안한 마음으로 할 수 있도록 우주 유영 전에 한잔하지는 왜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지금쯤 죽었을 테니까요.
그러므로 결론은 술이 진정으로 긴장을 푸는 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그런 느낌 역시 또 하나의 잘못된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이 장에서 저는 알코올이 여러분의 용기와 자신감을 파괴한다는 말도 했습니다. 설마 술이 사람들에게 그 익숙한 이것조차 조금도 주지 않는다는 말이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