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 가득한 웃음

저는 늘 술이 좀 재미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술 때문에 벌어진 황당한 상황들을 돌아보며 웃을 수 있고, 솔직히 그중에는 꽤 우스워 보이는 일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우스운 일일까요? 이것도 술을 마실 때 저지르는 어리석고 파괴적인 행동을 덮어 두는 또 다른 방법일 뿐일까요? 여러분이 직접 판단해 보세요.

술 이야기는 대체로 사람들이 완전히 망신당한 일을 소재로 삼고, 그런 일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또 몇 번이고 되풀이하는 웃긴 이야기가 됩니다. 어차피 사람들이 술을 마셔 온 세월을 통틀어 가진 술 이야기는 여섯 개쯤밖에 안 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 이야기를 듣고 또 듣게 된다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술꾼은 적어도 한 가지 술 이야기를 꺼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여섯 개 넘게 가진 사람은 아주 드뭅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자신이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해 동안 해 왔다는 사실을, 여러 해 동안 술을 마시고도 ‘웃긴’ 술 이야기는 몇 개밖에 떠올리지 못한다는 사실을 좀처럼 깨닫지 못합니다. 사실 이들은 지루한 술 이야기꾼입니다. 저도 예전에 그랬다는 걸 압니다. 하지만 알코올은 뇌세포를 파괴하니까, 똑같은 이야기를 이미 천 번이나 했다는 사실을 그저 잊어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이 애초에 웃기기는 했을까요?

겨우 열일곱 살이던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깬 저는 전날 밤 제 친구들이 가득한 어머니 집 안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뛰어다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러고는 도로 한가운데로 나가 머리로 서서 빙글빙글 돌려고 했다고 합니다. 브레이크댄스가 한창 유행하던 때였습니다. 한밤중이었고, 저는 완전히 알몸이었습니다. 웃긴가요? 글쎄요, 별로 그렇지 않습니다. 자칫 목이 부러져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정말 웃긴 이야기가 됐겠지요? 저는 여러 해 동안 늘 그렇듯 ‘아, 그래? 그런데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라는 말로 그 이야기를 시작하곤 했습니다. 사실 저는 필름이 끊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한 번도 잊지 못한 것은 오로지 그 일 때문에 여러 해 동안 창피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한밤중에 잠에서 깨어 보니 침대에서 자고 있는 부모님의 발에 한창 소변을 보고 있던 그 가엾은 청년만큼이나 창피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는 어머니의 비명에 겨우 잠에서 깼고, 아버지 얼굴에 떠오른 경악의 표정을 봤습니다. 당시 그는 겨우 열여섯 살이었고, 수치심 때문에 가출했습니다. 그래도 웃기지 않나요?

저는 여러 해 동안 삼촌의 밴을 훔쳤던 밤에 관한 ‘웃긴’ 이야기를 해 왔습니다. 사실은 잠깐 빌린 것이었죠. 너무 취한 나머지 아직 운전을 배우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집에 오는 내내 기어를 1단에 둔 채 운전했습니다. 잠에서 깨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떠올랐지만, 정작 운전을 할 줄 모른다는 사실이 생각나 밴을 돌려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밴을 살펴보니 앞부분이 박살 나 있었고, 그 모습을 보자마자 집으로 운전해 오던 장면들이 번쩍번쩍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덕을 내려가는데 경찰관이 도로 한가운데 서서 저를 세우려 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저는 그를 피하려고 핸들을 급히 꺾었다가 차량 진입 방지 기둥을 들이받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집까지 올 수 있었는지는 아직도 수수께끼입니다.

‘내가 너무 취해서 기차에서 잠들었다가 아침 일곱 시에 돈도 없이 춥고 숙취에 시달리면서 웬 외딴곳에 가 있었던 거 기억나? 집에 돌아오는 데 온종일 걸렸잖아.’ 웃긴가요? ‘피터가 일방통행 길을 거꾸로 달렸는데 너무 취해서 그 사실도 몰랐던 거 기억나?’ 웃긴가요? ‘그래, 그런데 그 저녁 모임에서 질이 닉 무릎에 토한 건 어떻고?’ 배꼽 빠지게 웃긴가요? ‘그래, 하지만 내 이야기가 더 웃겨. 톰이 발가벗겨진 채 가로등에 수갑으로 묶여서 얼어붙을 만큼 추운 밖에 몇 시간이나 버려져 있었던 건 어때?’ 포복절도할 일인가요?

술을 마시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누가 가장 웃긴 술 이야기를 갖고 있는지 진짜 경쟁이라도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한 번쯤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 잊어버려 말도 안 되는 곳에 소변을 보거나 배우자의 부모님에게 토를 해 본 적이 없다면 술꾼이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발코니에서 떨어져 갈비뼈에 금이 가거나, 집에 데려다줄 버스나 기차에서 깜빡 잠들었다가 들판의 소똥에 얼굴을 박고 누워 있는 신세가 되어 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없이 아름답다고 생각한 사람과 잠자리를 가졌다가 다음 날 아침, 실은 바스커빌가의 개에 나오는 괴물과 잤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때는 어떤가요! 숙취가 너무 심해 출근하지 못했거나, 점심때 술을 좀 지나치게 마시는 바람에 일을 망치거나 동료나 고객에게 무례하게 굴어서 직장에서 쫓겨난 적은 없나요? 술에 취하고 외로워 새벽 3시에 전화번호부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던 때나, 성관계를 하던 도중에 잠들었던 때가 기억나나요? 이 중 적어도 하나, 어쩌면 전부를 해 보지 않았다면 술꾼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보시다시피 술을 마시는 사람들은 가능할 때마다 자기들의 엉뚱한 짓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정당화하려고 합니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말다툼, 구타, 폭력, 학대 같은 일을 두고 웃지는 않는다는 게 묘합니다. 농담거리로 만든 이야기조차 처음부터 전혀 웃기지 않았던 경우가 많습니다. 후유증이 따르는 일이 너무나 흔하기 때문입니다. 바스커빌가의 개에 나오는 ‘개’와 잤던 남자에게 갑자기 그녀가 임신했다는 전화가 걸려 옵니다. 길을 잃고 소똥에 처박혔던 사람은 또 출근을 못 했고 이제 일자리를 잃었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습니다.

이런 술 이야기 가운데 일부도 제게는 웃기지 않다거나, 제가 유머 감각을 잃었다는 말을 하려는 걸까요? 아닙니다. 물론 웃긴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발을 헛디뎌 넘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한번은 제 친구가 창밖을 내다보려고 다가갔다가, 유리가 너무 깨끗한 탓에 그대로 머리로 유리창을 뚫고 나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사실 웃을 일이 아니지만, 저는 이 이야기를 하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혹시 궁금하실까 봐 말씀드리면, 친구는 다치지 않았습니다.) 요점은 알코올 중독이 결코 한 통 가득한 웃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가 술 때문에 벌어진 어떤 일들을 두고 웃는 것은 단지 통제력을 잃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이야기들은 약물 복용을 정당화하기 위한 겉치레의 일부일 뿐입니다. 헤로인 중독자들도 한번은 정맥을 빗맞혀 동맥에 주사했다며 농담을 할 게 틀림없습니다. 웃긴가요? 아니면 너무 ‘정신을 못 차려서’ 자기 토사물에 숨이 막혀 죽을 뻔했다는 이야기는요. 웃긴가요? 술 이야기의 특징은 정작 그 일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나중에 벌어진 일이나 다른 사람들이 들려준 일을 그대로 전할 뿐이라는 것입니다.

자유로워질 때 얻는 가장 큰 이점 중 하나는 이 너무나 소중한 삶의 모든 것, 모든 부분, 매 순간을 기억할 수 있고, 언제나 온전히 스스로를 통제하며 모든 것을 …으로 바라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